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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ㅡ 의행(義行) 법사를 애도하며(2)
작성자박형상 이메일[메일보내기] 작성일2016/03/10 01:05 조회수: 474





  1. ㅡ 의행(義行) 법사를 애도하며(2)

    우리 3반 친구들 모습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호균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죄스럽고 미안했다.
    광주 송정역에 내려 동호 친구의 차로 시내로 들어가며 무등산 모습을 담았다.
    치걸 친구와 병화 친구의 조화가 그 영안실 길목을 지키고 있었다. 
    한겨레신문과 한국일보의 '의행 별세' 기사를 읽었던 터이다.

    정승 개가 아닌 정승의 초상집이었음에도 그 분위기는 딴판이었다.
    여기저기에 오히려 활기가 넘쳐 흘렀다.
    각계각층의 애도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훈훈하였다.
    작은 場이 선 듯 했다.
    여전히 검은 생머리인 영순 친구와 호균 친구를 보면서,
    빡빡 머리 시절의 의행 친구를 생각했다.
    다들 먼저 떠난 의행에게 미안했으리라.
    이윽고 웅인 친구도 나타나고,  운주사 사진작가 박하선 선배분도 만났다.

    우리들의 일치된 견해,
    -우리들 나이에 이처럼 축복받는 죽음이 어디 있으리오.
    누가 과연 이런 자리를 남기고 떠날 수 있으리오.

    고속철 기차 시간에 쫒겨 나왔다.
    조대병원 영안실 앞 나무 줄기에 걸린 달을 휴폰에 담았다.
    저 달이 바로 의행 친구의 마지막 모습 아닐까?
    '노란 리본, 노란 손수건' 같다.

    동호 친구가 말한다.
    -의행은 그저 시늉이 아닌, 온 몸으로 행동한 실천가였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 이렇게 스스로 안 모일 수 없다.
    막 도착한 오식 친구의 전화를 받고, 다시 들어가 인사를 나누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義行의 시집 <노란 리본,2015년 4월>을 읽었다.
    46편의 시에서 몇 편을 소개해본다.
    다시 옮겨 적으며, 義行 법사 흔적을 기려본다.


    ㅡ노란 리본

    누구는 책임을 미루고 떠넘기지만
    우리는 끝까지 아이들을 기다린다
    누구는 사죄의 말 한마디 없지만
    우리는 아이들에게 한없이 죄스럽다

    누구는 칠면조처럼 옷을 갈아입지만
    우리는 한결같이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
    누구는 더 이상 아이들을 찾지 않지만
    우리는 밤잠 설치며 아이들을 찾는다

    캄캄한 선실에서 문 두드리는 아이들
    차가운 바닷속에서 손 흔드는 아이들
    아직도 구명조끼 벗지 못한 아이들
    아이들이 남김없이 돌아올 때 까지는.

    (<노란 리본>은 義行의 대표작으로 칭송되는 시이다)

    ㅡ 무등

    외로울 때면 언덕에 올라
    어머니산 무등을 보네
    한 그루 나무로 서서
    하염없이 당신을 바라보네

    답답할 때도 노여울 때도
    빛고을 무등을 보네
    넉넉한 품에 안기고 싶어
    마음은 벌써 당신에게 가네

    어제도 그제도 보았지만
    오늘도 무등을 보네
    텅 빈 마음 속에 담아두고자
    한없이 당신을 바라보네

    ('무등 곁에 아들 義行이 함께 있네'라고 덧붙여본다)


    ㅡ 모란이 다시 피어도
    -김종률 곡, 정의행,김종률 사

    모란이 다시 피어도
    그대는 오시지 않네
    모란처럼 붉게 타 버린
    그대의 이름 불러도

    얼굴은 희미해져도
    사랑은 가슴에 남아
    모란 향기 짙은 오월에
    뜨겁게 되살아나네

    타는 가슴 속에서
    노란 손수건 꺼내 달아 놓아도
    먼 길 떠나 버리신 사랑하는 그대여
    왜 아니 오시나요

    왜 아니 오시나요
    왜 아니 오시나요
    아, 그대여
    오월이 다 가도록
    가슴 속 맺힌 이 말은,
    사랑해
    모란이 다시 피어도
    모란이 다시 피어도

    -원주;'님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 김종률이 작곡한 이 노래의 가사는
    나의 원작시를 김종률과 함께 가사로 만든 것인데,
    오월 어머니집 이전 개소식 때 김종률이 직접 노래로 발표하고
    오월 어머니들과 함께 불렀다.

    (나는 마침 조영남의 노래 '모란 동백'을 배우고 있었다.
    義行이야말로  '벌써 진 모란 동백'이 아니겠는가?)


    ㅡ 여름 휴가

    올여름 휴가는 길에서 보낼 판이다
    길에서 태어나 길을 걷다 가신
    붓다의 길을 생각하며
    뜨거운 길을 떠난다
    남해바다 건너 강정평화대행진

    주민의 뜻을 무시하고
    반대 여론을 묵살하고
    수만 년 뭇 생명의 의지처인 구림비를 파괴하고
    '민군복합 미항'이라는 위선의 군사기지를 짓는
    그곳에서 다시 평화의 기도를 올리고자

    아픈 몸을 끌고 치유하러 간다
    수억 만불의 염원이 어린 억불산을 지나
    탐라 백성의 슬픔이 어린 남해바다 건너
    한바탕 춤추며 놀자고 간다.
    일과 놀이,기도와 수행이 하나 하나인 그 길로 간다

    (義行이 '억불산이 있는, 내 고향 장흥땅'을 걸어지나서
    제주 바다로 건너갔나보다.
    義行이여, 이제는 부디 '진짜 휴가'를 평온하게 누리시길.)


    ㅡ매화락지

    매화는 덧없이 지고
    벚꽃 만발했지만
    매화락지梅花落地에 와서
    매화의 추억에 젖네

    오래된 옛집에
    배롱나무 외로이
    못 가운데에 서 있고
    기름진 문전옥답

    부지런히 일궈야지
    산수유 그늘 아래
    정다운 벗들 더불어
    다시 필 매화를 그리며

    (義行이 누운 그 자리가 바로 매화락지 길지명당이라네.
    당신의 예감이었나?
    벗꽃이 못 되준 벚꽃이라 미안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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