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퍼스트 터치, 퍼스트 키스
드디어 홍감독이 사퇴를 하였다,
그렇게 사퇴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감독의 그런 사퇴로만 해결될 일은 아니다.
경험 부족이었다.
선수 선정 부분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웠다.
더 배우고 나서 다시 컴백하면 훌륭한 감독이 될 것이라 믿는다.
경기는 끝나고, 다들 한마디씩 진단을 내린다.
한국 축구에 관한 전문가들은 많다.
대개는 그렇게 말한다.
"어차피 개인기는 없으니, 우리는 조직력과 투지로 맞서야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난 조금 다르다.
언제까지 그런 소극적인 생각에 머물러야 할까?
단언컨대, 동네 축구에 안주하지 않겠다면, 축구는 단연 '개인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른바 조직력과 투지를 앞세워 동네,학교,프로 축구에서 이겨본대야 그 앞날은 뻔한다.
이른바 조직력과 투지로만 시종하는 무식한 머슴,깡패 축구로는 안된다.
탄탄하고 탄력적인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조직력과 투지가 있어야 한다.
흔히들 '조직력,조직력'이라 '조직력 타령'을 쉽게들 한다.
그런데 조직력이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일까?
개인기가 없는 오합지졸이 보여주는 조직력이라는게 과연 현실적 의미가 있는가?
브라질,독일, 한국 축구의 조직력 의미가 다 같다는 말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축구에서 말하는 '개인기'란 무엇인가?
상대방을 제치고 돌파하는 페인팅과 드리블 능력을 먼저 가리킬 수 있다.
골문 앞에서 침착하게 보여주는 정확한 슈팅 결정력을 말할 수 있다.
전략적인 위치 선점을 재빨리 하는 판단 능력도 해당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주요한 개인기 목록임은 물론 틀림없다.
그러나 난 그에 앞서 더 기본적인 잣대가 있다고 본다.
바로 '퍼스트 터치, 키핑 능력'이다.
축구의 개인기는 바로 거기에서 시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개인기의 지표 정도될 것이다.
나에게 날아온 볼이라면 어떤 악조건에서도 내 볼로 만드는 키핑 능력!.
빠르고 돌발적인 패스가 잦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늘 편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볼을 주고 받는다면 기실 퍼스트 터치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전 경기의 중요한 대목에서는 불편하고 불안정적인 상황에서 볼이 오가게 된다.
그래서 퍼스트 터치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리라.
한국 축구는 왜 우직 무식 투박하며, 늘 엉거주춤한 축구를 하는가?
바로 졸렬한 퍼스트 터치 때문이다.
최적의 퍼스트 터치가 안되니, 패스든 슈팅이든, 두번째 스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교하게 짜맞춰 돌파해가는 '2대1, 3대1 패스'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차질없는 퍼스트 터치라야 효율적인 '논스톱 패스, 논스톱 슛'도 가능하다.
퍼스트 터치에 실패하여 한 걸음 더 주춤거리다가 적시의 슛 찬스를 놓치고 만다.
퍼스트 터치에서 한 박자를 놓친 후 급한 마음에 '뻥 크로싱'을 대충 날리고만다.
어떤 선수가 개인기가 없다는 말은 결국 퍼스트 터치 능력이 없는데서 시작한다.
경합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로빙 볼'을 받는 경우라면 차분히 키핑 처리하면 될 것이다.
그럼에도 헤딩으로 대충 처리하는 게 한국선수 수준이다.
머리가 특별하게 단단해서 헤딩할 수도 있겠지만, 퍼스트 터치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훌륭한 자질이 있더라도 퍼스트 터치 능력이 부족하면 결정적 찬스에 그 본색을 드러내고 만다.
결정적 기회가 주어지는 절체절명의 그 순간에 오히려 치명적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퍼스트 터치' 능력은 공격수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축구 수비수도 퍼스트 터치 개인기가 있어야한다.
개인기 없는 수비수는 자신감이 부족하게되고, 결국에는 책임감까지 결여된다.
'전진 패스'를 못하고, 우리 한국 국대들처럼 '횡패스, 백패스'로 회피하고 만다.
신장과 떡대로만, 또한 감독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기계를 수비수로 선정하는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그나마 '이영표'가 수비수 생활을 오래한 것은 개인기 자질 때문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의 '에브라' 선수도 마찬가지 사례이다.
개인기 좋은 수비수가 그 팀을 승리로 이끌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한다.
(지난 2002년 히딩크 팀의 수비진도 아주 좋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들필더 '기성용'이 그나마 호평을 받는 이유가 있다.
안정된 퍼스트 터치를 바탕으로 이리저리 키핑,롤링할 능력이 있는 것이다.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 퍼스트 터치를 바탕으로 적시의 킬 패스를 찔러주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다시 정리해본다.
축구는 종합적 요소가 어울러져야하는 게임이다.
개인기,조직력,체력,투지,열정,멘탈 능력.감독,경기장,관중...등등.
장차에 월드컵같은 높은 수준의 게임에서 이기려면 '개인기'가 제일 먼저이다.
'개인기'를 기본으로 깔고서 ' + 조직력 + 투지'이어야 한다.
한국 축구가 살려면 그런 무식한 감독들을 솎아내야한다.
그들은 아직도 퍼스트 터치 부분에 별다른 관심과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
개인기 개성을 무시하고서, 오직 조직력과 투지 타령을 한다.
홍감독의 사퇴는 씁쓸하다.
그간에 보고 배워온 게 그것 뿐인데, 그 역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었겠는가?
이제 일부 축구 패거리들과 언론도 반성해야 한다.
억지 축구로 일본 축구만 이기면 좋아라 환호작약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럴 시간이면 '국가대표 국대선수별 체크표'를 제시해야한다.
아니 어린 선수 시절부터 항목별 체크를 해야한다.
"저 선수는 퍼스트 터치,키핑 처리가 영 형편 없네, 싹수가 없구나"
"저 선수 정도의 퍼스트 터치 수준이라면 프로 선수, 국가 대표가 되기는 어렵다."
"퍼스트 터치가 뻔한 저 선수가 영국 독일에 가보아야 뻔할 일"이라고 감시를 해야한다.
지금 선진 축구국에 진출하여 별 볼일 없이 벤치를 지키는 선수들의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이 퍼스트 터치 능력이 현저하게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여러 좋은 점이 많아도 '지동원'의 아쉬운 부분이 거기에 있다.
한국 축구의 시작은 어린 선수들의 '퍼스트 터치' 능력을 키우는데서 시작한다.
거기에서 한국 축구의 개인기 실력이 차츰차츰 쌓여질 것이다.
'퍼스트 터치'를 꼼꼼하게 배워가면서 牛步 千里,萬里 먼길을 가야한다.
이번 홍감독이나, 다른 김감독 박감독이나, 그 머리가 그 머리이다.
한국 국민들은 개인기를 무시하는 우둔한 감독들의 깡통 머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먼 길을 갈 작정을 하고서 '퍼스트 터치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전국의 초교 축구장에 '퍼스트 터치능력을 키우자'는 플래카드를 내걸어야한다.
초교 축구 감독들은 '퍼스트 터치 체크표'를 만들어야 한다.
퍼스트 터치를 잘 하는데서 그의 개인기 실력이 늘어날 것이다.
돌발 상황에 감각적으로 대처하는 볼 처리 능력을 정교하게 키우는 것이다.
마치 고무줄에 매단 것처럼 축구공이 그의 발에 붙어 다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벌레를 두꺼비 혀로 낚아채듯 볼을 키핑할 수 있어야 한다.
'퍼스트 터치'는 '퍼스트 키스'이다.
'퍼스트 키스'와 같은 '퍼스트 터치'의 중요성을 깨달아야한다.
'좋은 퍼스트 터치'가 '좋은 라스트 터치'를 낳는다.
-덧붙이는 말
난 개인기 위주의 공격적 브라질보다는 기본적 개인기에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독일팀을 지목하였다.
더구나 독일은 수비 능력도 아주 차분하다.
이영표는 독일을 두고 '정리가 잘 되고 질서가 있는 조직력의 팀'이라고 말하였다.
굳이 한 마디 보태면, '책임감이 있는 개인기'를 바탕으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팀'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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