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요즘 제 철을 만난, 내 고향(高興) 특산물이자 별미 보양식인 '하모'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모'는 일본어로 아무것이나 잘 문다고 하여 '물다'라는 뜻의 일본어 '하무'에서 유래되었다.
우리 전라도 지방에서는 참장어, 경상도에서는 뱀장어라고도 불리며 표준어는 '갯장어'가 맞는 표현이다.
갯장어는 겨우내 제주도 남쪽 깊은 바다에서 지내다 수온이 오르면 연안으로 이동하여 모래나 뻘 속에서 산다.
갯장어는 주낙으로 잡으며, 미끼는 전어를 쓴다. 낮에 이 주낙을 던져놓고 하룻밤이나 이틀밤 지나서 주낙을 걷어 올린다.
갯장어는 야행성이기 때문이다. 갯장어와 함께 붕장어(일명 '아나고')도 주낙을 물고 올라오는데,
어민들 입장에선 붕장어를 반기지 않는다. 딱 한철 잡히는 갯장어와 가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高興 갯장어'는 道花面(내가 태어난 곳) 앞바다에서 주로 잡힌다. 도화면의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조그만 포구들이 있고,
포구마다 갯장어잡이 배를 볼 수 있다. 도화면에만 100척 정도의 갯장어잡이 배가 있다.
갯장어를 일본에 수출하는 수집상은 이 지역 갯장어가 다른 지역 갯장어보다 맛있는 까닭을 빠른 조수와 바닥의 뻘에서 찾는다.
물살이 거칠고 바닥이 단단하니 갯장어가 이를 버티느라 살이 차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에 수출할 때 '한국산'이라 하지 않고 꼭 '高興産'이라 쓰고, 그렇게 해야 가격도 더 받는다고 한다.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日本人들이 고집하는 '高興 갯장어'의 맛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가장 맛있는 크기는 세 마리에 1Kg 정도, 즉 마리당 330g 정도라야 한다. 너무 큰 것은 잔뼈가 억세 오히려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갯장어의 풍미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역시 '갯장어회'다. 살에 촘촘히 박혀있는 잔가시를 토막낼 겸 잘게 썰어
초고추장이나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는다. 잘게 썰었다고 해도 갯장어의 살이 워낙 단단하여 입안에서 제법 씹어야만 하는데,
이 오랜 씹음 과정에서 달고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 차게 된다. 또 다른 요리로는 '갯장어탕'을 들 수 있다.
갯장어를 토막 내어 뭉긋한 불에 장시간 끓인 후 고사리, 숙주, 토란대, 깻잎, 고춧가루 등을 넣고 한소끔 불을 올린 후
다진 마늘과 전라도 젠피가루(산초와 다름), 풋고추 등으로 양념을 한다. 과음 후 해장은 물론이고 보양식으로 일품이다.
이 갯장어탕 한 그릇이면 어느새 시름도 저만치 가 있으며, 한밤중에도 아랫도리가 불~끈 불~끈 솟는 것이다.
내 고향, '高興'에 가면 '갯장어'요리 전문점이 여럿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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