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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남한강 연가
작성자조석현 이메일[메일보내기] 작성일2014/01/20 13:40 조회수: 659

블로그에서 확인 ---> http://blog.naver.com/gohongik/80205669693





남한강 연가





茶隱, 2014.1.18





남한강가로 매일 같이 출퇴근한 지가 벌써 5년째. 서울 사는 이들이 꿈으로 그리는 양평이다. 그러나 나는 일터요 생활이다. 처음에 놀란 것이 하나 있다. 안개다. 안개는 반갑지 않다. 더욱이 운전대를 잡은 입장에서는. 가을이면 거의 매일 같이 낀다. 그리고 겨울엔 매우 춥다. 서울에서 아침에 출발하면 온도계는 계속 떨어진다. 5도에서 7도까지도 차이가 난다. 지지난 겨울엔 영하 25도까지도 쉽게 떨어졌다.



양평의 아침은                                       블로그에서 확인 ---> http://blog.naver.com/gohongik/80096280342



 



안개가 먼저 덮는다.

해마저 숨죽여 창백한 은전



흰 물새 발 시리지도 않는 지

날마다 물 위에서 놀고

물안개는 강물따라 서서히 걷는다.



아미타불 등껍질 강변길 달려

길 위에서 길을 묻고



산이야 버티고 서서

푸르락 붉으락



물이야 출렁대며

웃다가 울다가



그런데 어느 사인인가 그냥 지나쳤던 남한강은 아름답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앞을 분간 못하는 짙은 안개는 싫었는데. 물 따라 피어오르는 새벽 물안개는 장관이다. 8도로 떨어지면 어김없이 물안개는 끓어 오른다.



양평골 가득한 내는                     블로그에서 확인  --->길 위에서 http://blog.naver.com/gohongik/80200012795

이 찬 가을 아침이면

8도에도 88 끓는다.



큰 섬은 시린 가슴 안고

안개 너머에 젖어 있고



저마다 저민 사연들이

가람 물결 타고 흐른다.



이른 아침 팔당대교부터 시작되는 물안개는 두물머리를 지나 큰섬까지 아름답게 이어진다. 아무리 무심한 사람도 이 계속되는 장관에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특히 큰섬 부근의 물안개는 차를 멈추게 할 수 밖에 없다. 정차홍엽(停車紅葉)보다 더한 정차연하(停車煙霞)이다. 출근길을 조금 이탈하여 큰섬 부근으로 찾아든다. 이처럼 우리 인생살이도 가끔은 아름다운 일탈이 활력소가 되지 않는가?



남한강 정차연하(停車煙霞)                         블로그에서 확인  ----> http://blog.naver.com/gohongik/80198751767



 



두물머리 호수에서 여름내 하안거

폭염 이기고 깨우쳤나



세상 속으로 흐르기를 물리치고

모락모락 피어나 하늘로 오른다.



----------



양평의 가람이야

가을 새벽 10도에 - 문득

시원하게 깨우쳐

무애춤을 추누나



가을에 정차홍엽이라지만

남한강 가을연하를 따르리?



남한강에는 물과 안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구름도 있다. 물가 산허리를 감싸고 남한강을 사랑하고 있다. 멀리 구름은 다가가면 안개로 변하기도 한다. 구름 역시 사랑노래를 부르고 있다.



구름연가                                       블로그에서 확인  -----> http://blog.naver.com/gohongik/80198980820



하늘에도 땅을

그리워하는 이가 있다.



하이얀 솜털 그리움 쌓이고 쌓여

잠자는 침실에 남몰래 파고 든다



못다한 연모가 얼마길래

산허리 어루면서 두둥실



동천에 해 뜨고 돌아갈 시간인데

이내 몸 다 녹도록 그칠 줄 모르네



구름과 어루어 희뿌연 정액을 뿌리던 물안개를 골가득 채우고 혼자서 내닫던 가람도 갑자기 “스톱”하고 멈추기도 한다.



겨울강



가자

“스톱!”

그래도 속으로 흐른다.



세밑이 되면 가람은 이제 쉬기도 하는가? 하이얀 천으로 된 이불을 덮고 그냥 드러눕고 마는가? 그리고 그 이불 위에 가끔씩 솜털을 흩뿌리는가?



물안개 골가득 채우고

한사코 뿌리쳐 흐르더니



세밑 어느 하루 아침

물결마저 얼어 누었다.



달빛도 잠든 밤

그 누가 홀로 깨어

송이송이 솜털을 흩뿌렸나



가도 가도 

흰 가람은 끝이 없고

한 마리 물새도 돌아오지 않는다.



청마(靑馬)의 갑오년 원단. 동이 트는 남한강가는 술렁였다. 팔당대교에는 차가 장사진을 치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해돋이 관람객으로 북적인다. 참 사람들은 유별을 떤다. 해는 날마다 똑같이 뜨고 있는데. 새해가 오는 겨울이면 해가 늦게 올라 출근 시간이면 해 뜨는 모습을 늘 보고 있다. 강 줄기 위로 난 용담대교를 지날 때면 매일같이 아침 햇빛에 눈이 부셔 운전을 하기 어려울 정도다.



강가의 나무는 모든 것을 다 털어내었다. 욕심하나 없이 다 주고 나신으로 서 있다. 이미 해탈하였다. 다만 가지 사이사이로 햇빛의 손길만 허락하고 있다.



남한강 강가에 서서                                 블로그에서 확인 ----> http://blog.naver.com/gohongik/80205358310





한파주의보에 강이 잔뜩 움추린다.

얼어-붙다

오리 떠도는 물이 자꾸만 졸아든다



나신 나무야

더 이상 벗을 게 하나도 남지 않았다.



산 속에 자던 해는 눈 뜨자

건너편 산을 먼저 올라

빛살을 마구 뿌리고



쓸쓸한 가지 사이로

가람에 질펀히 앉아

눈부신 아침을 연다.



삭막한 겨울의 남한강을 따스하게 녹이는 손님은 역시 햇님이다. 찬란한 빛으로 영광스런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얼음위에 빛나는 햇빛은 커다란 빛기둥. 그 휘황한 빛에 눈을 뜰 수조차 없다. 



옛 시인들이 연하고질(煙霞痼疾)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던 이유를 알겠다. 날마다 만나는 애인을 보고 있어도 더욱 보고 싶은 그 마음을. 어느새 남한강 그 이름은 내게 있어 그리운 애인으로 다가왔다. 



겨울이면 멋없다 삭막하다 하지만 모르는 소리다. 남한강의 겨울은 스산하고 깨끗하다. 깔끔하게 비워낸 虛空의 아름다움. 겨울 남한강 강가에 서보라. 황홀경에 아득하고 가슴이 벅 찬다. 가람은 사랑노래를 부르리라. 희열은 오르가즘으로 올라 온 몸을 휘휘감고 남한강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리라



남한강 연가                                               블로그에서 확인  ---> http://blog.naver.com/gohongik/80205485724





이제 천명도 다 지나가는 연치에

누가 기꺼이 애인이 되어줄건가?

어이 매아침 단장코 맞이해줄까?



뉘 있어

속으로 흐르는 사랑물 감추고

이녁 몸일랑 꽁꽁 얼어붙어도

아사해 빛기둥 온몸으로 뿜으며

눈 부시게 숨 막히게 사랑해주리?



언제나 고요하고 아름다운 자태

바라보면 홀린 듯 온넋이 나가고

품속에서 가슴 뛰고 벅차오르니



들레임 잦아진 이순가는 길

오롯 도도히 물결치는 님은

남한강 그대 뿐인가 하여라.

덧글 ()

조석현  / 2014-01-20-14:26 삭제
링크 걸려 수정하다 잘못하여 삭제된 통에 댓글까지 날라가

정성어린 댓글 달아주신 주회거사와 김총장께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제가 그대로 복기하는 재주가 없어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주회거사의 과찬은 감당키 어려웁고

김총장의 겨울 남한강 답사의 뜻은 

겨울이라 물안개가 어렵다는 말과 함께

그래도 안개를 못 볼지라고 얼어붙은 겨울강을 볼 수 있으며

오늘 흰눈이 내린 관계로 백강(白江)이 되어

한 번 왕차하심에 전혀 후회는 없으리라는 보장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