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문학가 김정빈씨의 책 '리더의 아침을 여는 책'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숙종때 이관명이 수의어사가 되어 영남지방을 둘러보게 되었다.
그가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자 숙종은 그에게 영남지방에 어떤 폐해가 있는 지를 물었다.
이관명이 복명하였다.
"후궁 아무아무의 소유로 되어 있는 섬에서 수탈이 심하여 민폐가 많사옵니다."
왕이 진노하여 이관명을 꾸짖었다.
"과인이 일국의 임금으로서 조그만 섬 하나를 후궁에게 마음대로 줄 수 없다는 것이냐?"
숙종은 철여의를 들어 앞에 놓은 상을 내리쳐 박살내었다. 그러나 이관명은 굴하지 않고 아뢰었다.
"상감께서 소신을 그리 탓하시오면 오늘로 관직을 물러나기를 청하옵니다."
"그만둘 테면 그만두라!"
왕은 곧 시립하고 있던 승지에게 교지를 쓰도록 준비시킨 다음 명하였다.
"말썽 많은 고집쟁이 전(前) 수의어사 이관명에게 부제학을 제수하노라."
이관명은 물론 승지도 깜짝 놀랐다. 그것은 면직이 아니라 일계급 승진이었던 것이다.
승지가 상감의 명을 받들어 교지를 다 쓰자 다시 어명이 내렸다.
"또 한 장 더 쓰라. 전 부제학 이관명에게 홍문제학을 제수하노라."
두 사람이 다시 놀랄 사이도 없이 왕이 다시 명하였다.
"전 홍문제학 이관명에게 호조판서를 제수하노라."
이렇게 하여 이관명은 단숨에 3계급이 올랐다.
숙종이 이관명에게 가만히 말하였다.
"앞으로도 민폐를 근절시키는 데 더욱 노력해 주기 바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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