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욕이었어요. 그날 하루만 그런 게 아니에요.”
‘남양유업 욕설 파문’의 피해 당사자인 김아무개(53) 전 남양유업 치즈대리점주는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었다. 김씨는 8일 <한겨레>와 한 단독 인터뷰에서 “남양유업 직원들에게 준 ‘떡값’ 관련 기록도 다 갖고 있다. 남양유업이 대리점주들한테 받은 떡값에 대해 끝까지 거짓말을 하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본사 직원들이 대리점주들한테 함부로 대하는 게 남양유업의 기업문화”라고 단언했다. “이씨가 좀 심한 경우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영업사원들이 그렇게 해서 물량을 밀어내야만 매출 목표를 만들어내고 결국 승진을 할 수 있어요. 지금 남양유업 간부들이 다 그런 식으로 승진한 사람들입니다. 남양유업 대표이사가 사과하고 문제의 영업사원을 퇴사시켰지만 기업문화 자체가 문제입니다.” 남양유업의 수익 구조 자체가 욕설·막말을 동원한 물량 밀어내기로 유지돼 왔다는 주장이다.
이 영업사원은 욕설 파문을 부른 녹취록이 악의적으로 짜깁기돼 이용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김씨는 기막히다는 표정부터 지었다. 김씨는 “2010년 6월30일 밤 전화통화 하다 녹음된 건데 일부러 녹음한 게 아니다. 휴대폰을 잘못 만져 나도 모르게 통화녹음 버튼이 눌러져 있었다. 녹취된 게 있던 것도 한참 지나서야 알았다. 그래서 욕설이 담긴 녹취록이 더 있다. (공개된 녹취록은) 일부 편집하긴 했지만 서로 숨소리 내며 조용히 있는 부분만 잘라냈다. 대화 내용을 왜곡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가 녹취록을 남양유업 대리점 피해자협회에 건네기로 결심한 것도 또다른 피해점주 때문이었다고 한다. “협회에 가보니 어떤 40대 피해점주가 앉아서 울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녹취록 공개를 결심했습니다.” 이 말을 하면서 김씨는 갑작스레 눈물을 쏟았다.
김씨는 2000년 남양유업 치즈대리점을 시작했다가 2011년 7월 접었다. 남양유업 본사의 물량 떠넘기기로 매달 100만원씩 적자를 냈지만, 아내가 동네마트에서 일해 벌어오는 월급 100만원으로 “12년을 버텨냈다”고 말했다. “더는 아내를 고생시킬 수 없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씨는 남양유업이 밀어낸 물량을 직접 팔러 다니기도 했다. 업소용 치즈 100개들이 묶음 상품을 남양유업에서 1만5950원에 사들여 토스트 가게들을 돌아다니면서 1만4000원에 팔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치를 떨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해서 물량 떠넘기기 관행이 사라져도 남양유업 대리점만큼은 다시는 안 하고 싶어요.” 남양유업 대리점을 하며 5년 전부터 공황장애에 시달렸다는 김씨는, 이제 주차요원으로 일하며 대리점 운영 때 생긴 빚을 갚고 있다.
‘남양유업 김웅 대표이사 등이 9일 대국민 사과를 한다’는 보도를 접한 김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까지 피해 본 대리점주들한테 먼저 와서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참으로 犬같은 세상이로구만// - 宋 興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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