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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투사 중엔 유독 '의사'가 많았다?
작성자조석현 이메일[메일보내기] 작성일2013/04/27 14:18 조회수: 340

[CEO에세이]독립투사 중엔 유독 '의사'가 많았다?



- 진양곤(에이치엘비 회장)



제주 4·3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지슬'을 봤다.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이라는 영예에 걸맞지 않은 개봉관 수에 적잖이 실망했지만, 그래도 '끝나지 않은 세월'이라는 부제에 고개 끄덕여지는 웰메이드 영화였다.



솔직히 얘기하면 그 영화, 그냥 봐야만 할 것 같았다. 그 시대에 대해 책임은 없지만 번영을 누리는 후손으로서, 지나간 과거요, 그래서 역사라는 이름으로 치부되고 마는 그 억울한 죽음들에 대한 부채의식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다. 



웃다가 울다가, 끝내 먹먹해진 가슴을 가라앉히며 극장을 나서는 순간, 내 뒤에서 들려온 두 여대생의 한마디. "리포트 쓰려고 끝까지 보긴 했는데 완전 짱나!" 관람의 목적이야 리포트 때문이었다 할지라도, 지극히 선량한 날들을 살아가던 그 많은 사람들이 이유도 모른 채 죽어야 했던 가슴 저린 역사적 진실 앞에서 짱 난다니. 



얼마 전 뉴스에서 욱일승천기를 보고 멋진 캐릭터라고 하던 청년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하긴, '남영동 1985'란 영화를 보고 나올 땐, 실화다 아니다, 그런 고문의 역사가 있었다 없었다를 다투다 끝내 "그때 군인이었다가 대통령이 된 사람은 벌써 죽었으니 사실인지 알 수 없지 뭐", "그렇긴 하지"라던 두 남학생들의 대화에 아연실색한 적도 있으니 그다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사실, 학교에서 역사 과목이 외면 받고 있다 하니 학생만 탓할 일도 아니다. 



역사학자 E.H. 카에 따르면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 우리 선조들은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 등 찬란한 기록유산을 통해 우리 후손들에게 대화를 청했다. 철저한 기록을 남김으로써 집권자들로 하여금 역사의 평가를 두려워하도록 경계하게 하며, 동시에 후손들이 이를 거울로 삼아 조국을 번영시키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게다. 헛일하신 게다. 당신의 후손들은 거울로 삼기는커녕 수십 년 전의 일에 대해서조차도 알려고 하지 않으니 말이다.



태평성대의 치국을 보여준 당태종 이세민은 '역사는 제국의 융성과 명멸을 결정짓는 거울'이라 했다. 지금 이곳에서는 그 소중한 거울이 와장창 깨져가고 있다. 역사교육을 등한시하고 주입식, 암기식 역사교육으로 일관한 폐해가 우리의 미래에 엄청난 부작용으로 돌아올 것 같은 느낌. 나만의 기우일까.



한 개인이 주관을 갖고 이를 확신으로 발전시키며 객관성을 부여 받은 올바른 신념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역사의 교훈에 기초한 것이어야 한다. 늦긴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역사교육을 강화하자. 주입식이나 암기식이 아닌 토론식으로 말이다. 

내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공감력에 기초한 역사교육이면 어떨까?



예컨대, 내가 신라의 김춘추라면 통일을 위해 당나라를 끌어들일 것인가, 한글창제에 반대하는 나를 세종이 어찌 설득하고 있는가, 남한산성에서 논쟁 중인 최명길과 김상헌 중 나는 누구의 입장에 설 것인가 등에 관해 공시성을 갖고 토론함으로써 통시적인 견해를 갖게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스토리 속에서 교훈을 얻고 미래의 거울로 삼자는 것이다. 그러한 교훈에는 그 당시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견해의 다양성에 대한 포용도 포함될 것이며 이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대립과 갈등을 완화시켜 주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우리가 역사로부터 처절하게 배우고 교훈을 삼는 것. 이는 국력이 약해서, 제때 대비하지 못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여쁜 딸들을 조공으로 바치고, 내 몸의 장기를 팔아서라도 가르치고자 했던 집안의 기둥이 남의 나라 전쟁터에서 비참하게 죽어야 했던 선조들의 고통을 진정으로 치유하는 길이리라.



적어도, 이 작은 나라를 굳건히 지키며 여전히 한국 이름을 갖고 살도록 해 준,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번영된 조국의 기틀이 되어 준 선조와 선배들을 기억하고 교훈을 삼는 것이야 말로 후손으로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사실, 많이도 안 바란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초개처럼 버렸던 윤봉길 의사, 이봉창 의사의 사진을 보면서 "역시 의사들이 옛날에도 돈을 잘 벌어서 독립운동을 한 것"이라 말하는 학생을 보는 일이 더 이상 없으면 좋겠다. 



영화 '지슬'은 우리에게 묻는다. 부끄럽지만 그래도 기억해야만 하는, 그리하여 교훈으로 남아야 할 역사를 우리는 제대로 마주하고 있느냐고. 



[머니투데이 2013.4.19 (10면)]

덧글 ()

김원배  / 2013-04-27-15:04 삭제
의사와 열사의 차이 :



의사는 안중근 의사나 윤봉길 의사처럼 나라와 민족을 위해 무력으로 저항하다

목숨을 바친 사람을 말한다. 



열사는 나라를 위해 굳은 뜻을 지켜 죽은 사람을 말한다. 이준 열사나 유관순 열사처럼

맨몸으로 저항하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열사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