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를 소재로 한 뮤지컬 <맨 옵 라만차>에서는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노래가 나온다.
'비록 이룰 수 없는 꿈이라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일지라도,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삶이야말로
그렇지 못한 삶보다 훨씬 가치 있는 것'이라는 내용이다.
뮤지컬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 노래는 돈키호테의 삶과 주제의식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넘버이기도 하다.
'풍운아' 최향남의 야구인생은 마치 현대에 재림한 돈키호테를 연상케 한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51승 65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4.04를 기록한 '평범한 투수'였지만
야구실력보다는 잦은 기행과 독특한 세계관으로 더 눈길을 끌었던 선수였다. 그의 야구인생은 한마디로 '도전'과 '모험'으로 요약된다.
최향남은 "나는 돈도 명예도 필요없다. 목표를 향해 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실패가 두렵지 않다고도 했다. 쓰러질 때마다 항상 다시 우뚝 섰기 때문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신념이 있었고 주위의 그 어떤 평가에도 휘둘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의 파란만장한 야구인생을 두고 '실력도 없는 투수가 겉멋이 들어 헛된 꿈만 꾸다가 쫓겨났다'고 비아냥거리기 쉽다.
그의 야구인생이 선동렬이나 송진우같이 위대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메이저리거가 되겠다는 그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는 적어도 '시도도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삶'보다는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삶'을 택했던 것이다.
모든 것이 결과로만 평가받는 이 시대에, 최향남보다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는 용기를 지닌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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