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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약용과 '여마동'
작성자박형상 작성일2012/07/10 10:50 조회수: 345

ㅡ정약용과 '여마동(呂馬童)'







-신유사옥으로 '경상도 장기'에 유배간, 

정약용이 그의 인생을 회고하며 지은,

자서전적 내용의 詩가 있다.

"자소(自笑)"이다.

40세 때 일이다.



 정약용은 늘 가까운 친지에게 그의 발목을 잡혔다.

"천인이 이름 알아도 그 뒤에는 훼방인 것을"

"백안으로 보는 자는 언제나 친지 쪽이네", 

"강 건널 때 언제나 '여마동'을 만난다네"라고 

바닷가 사립문에서 자신을 한탄했다.



 여기에 "여마동(呂馬童)"이 나온다.

그 마지막길에 다다른 항우를 배반하는 옛 친구이다.

정약용에게 "여마동"은

같은 남인 출신의 '친구'이거나 '처가집 형제'였다. 



 그의 자찬묘지명, 편지 등에 

'악인'이라 지칭되거나 그 실명이 지목되는,

'홍희운,이기경'과 '홍의호..'등이겠다.



 정약용 주변에서 가까왔던 사람들이  

내내 훼방하며

정약용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가까왔던 사람들이,

가까왔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오싹할 때가 많다.



 "뜬세상에 사귈 사람 몇이나 된다던가"

"강직하면 세상 살기 참으로 어려워"

라고 고집했으니,

다산 정약용의 인생길은 

그 후에도 

여전히 고단할 수 밖에 없었다.



 



ㅡ자신을 비웃음[自笑]



취한 듯이 깬 듯이 반평생을 보내면서 / 如醉如醒度半生

간 곳마다 푸짐한 건 이 몸의 이름이지 / 到頭得此身名

진창 모래 천지인데 갈기 늦게 흔들었고 / 泥沙滿地掉;晩

하늘 가득 그물인데 경솔하게 날개 폈어 / 網彌天舒翼輕

제산에 지는 해를 누가 잡아맬 것인가 / 落日齊山誰繫住

풍파 드센 초수를 마음대로 어이 가리 / 衝風楚水可橫行

형제라고 운명이 다 같지야 않겠지만 / 同胞未必皆同命

세상물정 어두운 선비 나 자신을 비웃노라네 / 自笑迂儒闇世情



초초한 그 옷차림 바로 너를 속인 것이지 / 草草冠裳是汝欺

십년을 쏘댔지만 피곤 말고 소득이 뭔가 / 十年驅策奔疲

만물을 다 안다면서 대답 못하는 우자이며 / 智周萬物愚無對

천인이 이름 알아도 그 뒤에는 훼방인 것을 / 名動千人謗已隨

미인이 흔히 박명하다고 그 기록 안 보았던가 / 不見紅顔多薄命

백안으로 보는 자는 언제나 친지 쪽이데 / 由來白眼在親知

뱀비늘에 매미날개 게서 뭘 기대하리 / 蛇鱗;翼終何待

우스워라 나야말로 철저한 멍청이로세 / 自笑吾生到底癡



의로 인거 어디인지 갈피를 못 잡고서 / 迷茫義路與仁居

그 길을 찾으려고 약관 시절에 방황했지 / 求道彷徨弱冠初

이 세상 모든 일을 모두 다 알 양으로 / 妄要盡知天下事

책이라고 생긴 것은 다 읽기로 생각했다네 / 遂思窮覽域中書

태평시절 괴롭게도 활에 다친 새였더니 / 淸時苦作傷弓鳥

남은 목숨 이제는 그물에 걸린 고기로세 / 殘命仍成掛網魚

천 년 두고 어느 누가 나를 알 자 있을는지 / 千載有人知我否

마음 잘못 먹은 게 아니라 재주 적어 그런거야 / 立心非枉是才疏



뜬세상에 사귈 사람 몇이나 된다던가 / 浮世論交問幾人

조시사람 잘못 알고 진정으로 대해서야 / 枉將朝市作情眞

국화그림자 아래서는 시 잘한다는 이름 높고 / 菊花影下詩名重

단풍나무 단 속에선 연회가 잦은 법이지 / 楓樹壇中會頻

천리마 꼬리에 붙은 파리는 좋게 보고 / 驥展好看蠅附尾

개미가 기어올라도 용은 그냥 둬둔다네 / 龍顚不禁蟻侵鱗

세상의 온갖 꼴들 웃음이 절로 나와 / 紛綸物態成孤笑

동화의 먼지 속에다 묻어두고 말자꾸나 / 一任東華暗軟塵



강직하면 세상 살기 참으로 어려워 / 深知涉世難

광대들이 떼로 모여 유자라면 비웃어대지 / 俳優叢集笑儒冠

열정이라곤 전혀 없이 적은 녹이나 다투고 / 都無熱肺爭微祿

달관이나 꿈꾸면서 얼굴빛은 안 그런 체 / 未作卑顔事達官

살구나무 동산에서 술이나 늘 마시고 / 紅杏園林留酒飮

이끼 낀 집에 앉아 책을 들고 보기도 하지 / 綠苔門巷抱書看

배를 삼킬 큰 고기는 큰 바다 못 만나서 / 呑舟不遇瀛溟水

낚시 물고 낚싯대에 매달리기 일쑤라네 / 容易含鉤上竹竿



금화거나 옥서거나 세상 인연 모두 끊고 / 金華玉署解塵緣

아슴푸레 그리운 곳 '소수 종산'뿐이라네  / 苕水鍾山興杳然

    ㅡ소수(苕水)ㆍ종산(鍾山)은 광주(廣州)에 있음.

아내 불러 뽕나무 심을 밭이나 더 넓히고 / 喚婦張桑圃

채소밭은 자식 시켜 가꾸라고 하면 되지 / 敎兒經略菜苽田

하늘이 점지한 복은 인색하기 그지없어도 / 天於淸福無比

땅이 만든 벽촌에는 풍년이 없지 않아 / 地設荒;待有年

뭐니뭐니 해도 오늘 당장 마시는 게 제일이지 / 萬事不如今日飮

내일 일을 생각하면 그는 벌써 바보라네 / 思明日事是癡癲



낙심하고 실망하고 이십 년을 보내면서 / 二十秋

꿈속에 얻은 것을 깨고 나서 거뒀다네 / 夢中微獲覺來收

사방에 난 헛 명예 그도 모두 지나간 일 / 浮名四達已陳跡

몸말고는 있는 게 없고 남은 것은 대머리뿐 / 外物一空餘禿頭

옛날에는 강좌에서 고씨하씨를 쳤었는데 / 顧賀昔稱江左望

지금은 채릉이 농서의 추물이라오 / 蔡陵今作隴西羞

기구한 생각일랑 지금 당장 하지 말자 / 眼前莫造崎嶇想

구름 따라 물 따라 가는 대로 가면 되지 / 隨意雲行又水流



불행하게 온 빈궁을 쫓으려고 하지 말자 / 不幸窮來莫送窮

곤궁을 이기는 것 그게 영웅 호걸이지 / 固窮眞正是豪雄

재가 된 한안국을 누가 다시 돌아보리 / 成灰孰顧韓安國

강 건널 때 언제나 여마동을 만난다네 / 臨渡常逢呂馬童



사랑 받건 욕을 먹건 장주의 춘몽이요 / 寵辱莊生春夢裏

현자거나 우자거나 술취한 두보 노래 속이야 / 賢愚杜老醉歌中

어젯밤 바다 위에 부슬부슬 내린 비로 / 海天昨夜;雨

잡다한 나무숲에 온갖 꽃들 다 폈겠다 / 雜沓林花萬樹紅



여송 과왜 풍속들이 동으로 동으로 밀려와서 / 呂宋瓜東復東

바람 타고 날아오는 쑥대처럼 빠르다네 / 被風吹轉似飛蓬

늘그막의 탕목읍이 장기현이 기란말가 / 晩年湯沐長縣

상전벽해 다 겪은 머리 짧은 영감이로세 / 小劫滄桑短髮翁

고기반찬 상에 가득 이 어디 박한 녹인가 / 滿案魚蝦非薄祿

정원 두른 송죽은 맑은 바람 만들어낸다 / ;園松竹也淸風

읽고 남은 천 권 책을 어디에다 쓸 것인가 / 破書千卷將河措



구덩이 속을 평지처럼 네 덕으로 살고 있단다 / 坎如夷是汝功

입이 많으면 쇠도 녹는 것 할머니가 아는 일이지 / 衆口銷金太母知

뭇 주먹 돌팔매를 이상하게 여길 것 없어 / 叢拳下石莫驚疑

사람들이 겁나서지 내가 미워 하는 짓 아니며 / 人方怯耳非憎我

하늘의 뜻인 것을 그 누구를 한할건가 / 天實爲之欲恨誰

북극에 별들은 어제와 똑같은데 / 北極星辰如昨日

서강의 풍랑은 어느 때나 멎을는지 / 西江風浪竟何時

막다른 골목에서 이 마음 좁아질까봐 / 窮途胸懷窄

바다쪽 사립문에서 우두커니 서 있다오 / 臨海柴門;立遲

 ㅡㅡㅡ(출처, 한국고전번역원)



[의로 인거(義路仁居) : 《맹자(孟子)》이루(離婁) 상에, 

                               “인(仁)은 사람의 안택(安宅)이요, 의(義)는 사람의 정로(正路)이니라.” 하였음.

[재가 …… 돌아보리 : 권좌에 있다가도 일단 실세(失勢)를 하면 주위에서는 냉대를 함. 

                                한(漢) 나라 때 양 효왕(梁孝王)의 중대부(中大夫)였던 한안국(韓安國)이, 

무슨 일로 죄를 받게 되었을 때 몽현(蒙縣)의 일개 옥리(獄吏)인 전갑(田甲)이 안국에게 욕을 하였다. 이때 안국은 그에게 말하기를, “죽은 재라고 해서 다시 불붙지 말라는 법이 있다더냐?" 하자 옥리가 대답하기를, “불이 붙기만 하면 오줌을 싸버리리라.” 하였다. 그로부터 얼마 후 안국은 다시 양(梁)의 내사(內史)가 되자 당시 옥리였던 전갑은 그를 찾아가 육단사죄(肉袒謝罪)를 하였다.《史記 卷108》



[강 건널 …… 만난다네 : 궁지에 몰렸을 때는 친구도 적으로 변함. 

                         항우(項羽)가 패하여 오강(烏江)을 건너려 할 때, 

                         항우의 옛날 친구였던 여마동(呂馬童)이 

                         왕예(王翳)에게 "저 사람이 바로 항우"라고 가르쳐주어 

                         그의 목을 베도록 했었음.《史記 項羽本紀

덧글 ()

박형상  / 2012-07-10-11:00 삭제
ㅡ다른 곳에 먼저 써둔 글을 이곳으로 끄집어왔더니, <원문 지원>이 안되고 깨지고마는군요

ㅡ그 한문 원문은 <한국고전번역원 디비>에서 볼 수 있습니다.

ㅡ여기엔 '한문 원문'이 정확히 옮겨지지 아니했으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송기병  / 2012-07-11-09:32 삭제
박 변!

어제 대법관 인사청문회 했던 고영한씨가 

우리 동문인 모냥이던데, 그 양반은 몇회 선배님이신가?
박병현  / 2012-07-11-10:37 삭제
좋은글 잘읽었네 여전히 수양많이 하시는구먼, 기병이 고영한 선배는 49회일세
정완식  / 2012-07-11-14:50 삭제
박 변, 무더위에도 건강 잘 다스리시고, 이 곳에 글쓰기도 지속하시길~. 글로 나마 자네를 만나 볼 수 있어서 좋네.
김원배  / 2012-07-12-13:44 삭제
박 변의 대단한 필력! 잘 읽고 있네.

도광양회(韜光養晦)가 생각나는 구만.
박형상  / 2012-07-12-21:36 삭제
ㅡ친구들 읽어주어 감사하네......완식이 거기 등산 모임, 텃밭 농사도 한번 가봐야 할터인데..

ㅡ내가 겪은 고선배님은 "샤프"하다기 보다는 "원만,성실"하신 선배님..

  우리 일고인들이 부족한 덕목 아닐련지...고선배님은 그래도 이 어린 후배를 어여삐 봐주셧는데..^^ ^^
송기병  / 2012-07-13-08:01 삭제
대법관 인사청문회를 보니, 경북고 출신 김병화보다는 고영한 선배가 훨 낫더구먼 그랴!

우리 동기들 중에도 인사청문회에 나갈 친구들이 있을텐데, 박변이 보기엔 과연 몇명이나 통과될 것 같은가?

통과될 친구, 아닌 친구, 내 눈에도 대충 보이네만... 조만간 회동하여 호상간 의견 나눠 보세(막걸리잔 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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