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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벗 김태훈 25주기 추도사(곽준호 회장)
작성자최장일 이메일[메일보내기] 작성일2006/05/28 15:40 조회수: 182 첨부(1)

우리의 벗 김태훈 25주기 추도사(곽준호 회장)

우리의 벗 김태훈 25주기 추도사

26년 전 오늘은 군사 독재에 맞서 용감하게 투쟁한 위대한 광주민중항쟁의 횃불이 마지막으로 타올랐던 날이며, 25년 전 오늘은 우리의 벗 김태훈이 서울대학교 교정에서 꽃잎처럼 떨어져 간 바로 그 날입니다. 우리들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다니거나 아니면 군대를 가거나 해서 자기 앞날을 개척하기에 급급했던 시절, 우리의 친구 태훈이는 졸업을 앞둔 대학 4학년을 그냥 보낼 수 만은 없었나 봅니다. 해마다 5월이 오면 우리는 도저히 잊혀질 수도 없고, 때로는 생각하기도 싫은 아픔 기억을 가슴에 묻고 사는데, 태훈이는 그 생생한 기억을 가슴에 묻어 둘 수만은 없었나 봅니다.

1980년대를 거쳐온 많은 사람들은 25년 전 태훈이의 결단이 그 이후 몇 년 간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에 미친 커다란 영향력에 대해서 말하곤 합니다. 그는 살아있는 모든 7080 세대들에게 “살아가는 책임”을 던져주고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 장본인과 학창시절을 함께 해 왔던 우리 52회 동기들은 그 동안 친구에게 너무 소홀했던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나마 금년부터는 52회 동창회가 공식적으로 친구의 추도식을 주관하게 되어서 다행스런 마음입니다.

그 당시 친구가 떠나가는 길을 목도하고, 함께 서러워하면서 그 이후로 인생이 바뀐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오늘에야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해마다 5월이 오면, 진달래 철쭉 꽃이 다 떨어져 버린 따스한 5월이 오면, 검은 안경태 짙은 눈동자 태훈이를 기억하고자 합니다. 그리고는 아직 살아있는 우리들은 앞으로 무엇을 남기고 세상을 떠날지를 저마다 고민하겠습니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태훈이가 주고 간 숙제를 보듬고 나름대로 씨름하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어쩌다가 삶이 느슨해질 때면 이곳 망월동에 친구를 찾아와 살아가는 책임을 다시 지고 갈 것 입니다.

친구를 기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25년 전에 친구가 뿌린 씨앗을 꽃피우기 위해 마음을 새롭게 하겠습니다. 옆도 살피고 뒤도 돌아보고 가끔은 멀리 내어다 보는 따뜻한 가슴을 배워가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자식들에게 아빠 친구 중에는 이런 분이 있었다고 이야기 해 주고 싶습니다. 영원을 건너 우리들의 친구의 자리에 그대 다두 김태훈을 앉혀 놓고 싶습니다. 지난 25년간 말없는 대화 속에서 더욱 가까워진 우리 친구 태훈이의 영혼이 더욱 평화롭게 안식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2006년 5월 27일

광주 5.18 국립묘지에서

재경광주일고 52회 동창회장 곽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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